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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도성을 키워라

작성자최고관리자

  • 등록일 21-06-08
  • 조회1,54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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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자 르네스피츠는 어느 열악한 고아원의 아이들이 시설이 좋은 곳의 아이들보다 건강한 이유가 주변에 사는 이웃들의 잦은 보살핌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24개월 이전의 아이에게는 누군가의 사랑, 관심, 그리고 보살핌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3-4세 아이는 엄마와의 관계 이외에도 다른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거나 소통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이 때에도 엄마가 온통 아이에게만 관심이 가지면 아이의 인지력과 창의력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 아이의 자기주도성과 자아 형성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엄마와의 너무 붙어 지내면 오히려 창의성의 발달이 늦어지는 이유는 엄마들은 아이의 안전을 위하여 아이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 적응해온 다른 동물에 비하여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 삶을 유지하였다. 다른 동물은 피부를 바꾸고, 근육을 발달시키거나, 시각이나 청각 등을 자연 환경에 적응시키는 방법으로 환경과 자신을 하나로 조화시키며 생존하여왔다. 하지만 인간은 환경에 대한 접근방식이 다른 동물과는 다르다. 인간은 신체적으로 변화에 적응하는 쪽을 택하기보다는 환경을 자신에게 맞추고 변화시켜왔다. 추위와 더위에 적응하기 위하여 피부를 변화시키기 보다는 옷을 만들었으며, 높이 있는 과일을 먹기 위하여 팔을 키우는 대신 도구를 사용하였다. 인간은 원래부터 자기주도적으로 환경을 바꾸어왔다.
인간은 단순하게 기술을 사용하고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고 꿈꾸는 가운데 환경을 변화시키고 바꿈으로써 자기주도적인 프레임을 만들어낸 것이다. 인간은 과학적 사고를 통하여 보편적 질서에 대해 관찰하고 각종 현상과 인간의 행동들을 측정하고 표준을 찾아낸다. 또한 일정하게 반복되는 패턴에 대한 유형화 하여 보편적 질서를 파악하여 변형시켰다. 또한 인간은 예술적 감각을 이용하여 개인과 사회 및 문화를 기본대상으로 시각을 변화시키고 프레임을 깨고 상상을 하며 변형시켜 표현하였다. 이렇듯 인간은 자기주도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였다.
아이들을 생각해 보라. 아이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무엇인가 시도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상상한다. 현대는 세상이 변화하고 새로운 정보가 자꾸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어제의 해법으로는 오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요즘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환경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주도적으로 환경을 변화시키고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자기주도성의 습관
아이는 누구나 처음 시작할 때에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유치원에 지각하지 않기, 책상에서 공부하기, 정기적으로 그림책 읽기 등을 의식적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아이는 의식적인 선택이 줄어들고, 거의 모든 행동을 습관적으로 행한다. 이런 현상은 신경학의 자연스러운 결과로서 핵심 습관을 잘 만들면 아이의 행동패턴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어간다. 더구나 습관은 아이들로 하여금 결정의 피로로부터 보호해준다. 결정의 피로란 계속되는 판단과 결정으로 정신력이 피곤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어떤 행동이 되었든 그것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면 우리한테는 그만큼 다른 생각을 처리할 이유가 주어지는 셈이다.
반복을 통해 편안함을 주는 것은 비단 육체적 행동에 국한된 현상만이 아니다. 정신적 일상도 마찬가지이다. 반복되는 일상은 간편하게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고도의 정신활동과 관련된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생명이 위급한 환자 앞에서 응급실 의사들이 침착하게 행동할 수 있는 것도 수년 간 되풀이 하는 과정에서 상황에 익숙해진 덕분이다. 늘 일어나던 시간에 눈을 뜨고, 유치원에 가고, 늘 자던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습관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 규칙성과 자율성의 집합이다. 평생을 공부해야 하는 요즘 시대에 그만큼 습관의 중요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의 몸 안에 자리 잡은 습관이 학업성취도, 나아가 인생 전체와 연결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일찌감치 규칙적이고 자율적인 생활을 몸에 익혀야 한다. 이렇게 어린 시절에 만들어진 생활패턴은 학령기, 청소년기, 성인기까지 이어진다. 자기주도성도 마찬가지이다.
자율학습은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것이고 자기주도학습은 학습목표를 세우고 스스로 학습진도를 점검하여 자신의 학습문제가 무엇인지를 스스로 평가하며 해결하는 학습과정을 말한다. 자기주도학습은 자신의 학습계획에 따라서 공부시간과 공부량, 공부방법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습시간이나 수업시간과 같은 외적인 형식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같은 시간을 쓰더라도 자기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간을 조절하며 자신이 원하는 공부에 정진해 좋은 결과를 낸다면 자기주도학습인 것이다.
아이는 어릴 때부터 자기주도적으로 키워야한다. 아이가 자기주도적으로 지적인 탐구를 하면 도파민 회로와 함께 좌뇌적 언어와 논리가 더 빨리, 더 강하게 계발된다. 좌뇌 전두엽이 발달하여 더 긍정적이고, 더 회복탄력성이 높아진다. 이것이 습관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림. 자기주도성의 뇌

양육지침

환경적인 문제가 없는데도 공부를 아무리 시켜도 안 되는 배움이 느린 아이들은 두뇌에서 받아들이는 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두뇌의 정보처리 과정에는 감각기관의 기능, 지능, 집중력, 좌우 뇌의 균형발달, 전두엽의 실행기능과 작업기억 능력, 변연계의 정서조절기능, 운동피질, 기저핵, 소뇌의 출력조절 기능 등이 포함된다. 자기주도학습은 정보입력->정보처리->정보출력의 두뇌 정보처리 과정이 제대로 가동되어야만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첫째, 끊임없이 스스로 결정하라.
자기주도성은 스스로의 선택을 통하여 키워진다. 그러려면 먼저 내가 좋아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여야 한다. 자기결정성이 부족하면 행복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과 의욕 호르몬인 도파민이 먼저 감소된다. 특히 자기주도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도파민이 부족하면 무기력에 빠지게 된다.

둘째, 일단 저지르게 하라.
행동하지 않는 생각이나 아이디어는 의미가 없다. 환경을 변화시키고 바꾸려면 끈질긴 저항에 부딪힌다. 수많은 장애를 극복하려면 믿음과 의욕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저지르게 하라. 일단 저지르면 몰입할 수 있고 몰입하면 좌절을 극복할 수 있으며 성취를 이루게 된다. 그러면 도파민 시스템은 더욱 강화된다. 부모는 아이가 일단 저지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어야 한다.

셋째, 경계를 허물어라.
경험이 많은 부모는 아이의 한계를 인식하고 울타리를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그 울타리 때문에 아이가 안전한 것이 아니라 틀을 깨지 못한다. 아이는 감수성이 민감하면서도 부모의 힘과 권위를 인정하려하기 때문에 사소한 경계라도 아이의 뇌에 각인된다. 부모가 만들어준 울타리는 효율성이 있고 안전할지는 모르지만 이후 현실체험의 범위와 방향을 주조하기 때문에 기발한 생각과 체험을 하기 어렵다. 부모의 시각으로 울타리를 만들면 아이는 자신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기보다는 부모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고 판단하기가 쉽다.

넷째, 가능하면 다양하게 경험하라.
자기주도적으로 감각적 체험을 많이 한 아이는 그 감각으로 의미를 만들기 때문에 기억도 잘하고, 몸의 감각과 함께 한 활동은 무의식적인 기억력을 강화시키기 때문에 창의성에도 도움이 된다. 따라서 많은 시도와 실패가 있어야 한다. 아이가 기어 다니다가 일어서서 걸으려면 1,000번을 넘어져봐야 한다고 한다. 넘어지는 다양한 경험을 통하여 아이는 나름의 걷는 방법을 터득할 것이다. 여러 번 시도하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변형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부모가 가르쳐주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새로운 것을 습득하려면 지식과 경험을 적절히 조작하고 모방하여 재생산하여야 한다. 아이는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다 알고 경험하고 싶어 한다. 새로운 생각을 하려면 이들 지식과 경험이 언제 필요할지 알 수 없다.

다섯째, 과잉보호는 금물이다.
엄마가 온통 아이에게만 관심이 있으면 아이는 사고력과 창의력이 오히려 떨어진다. 아이의 자아형성과 자기주도성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엄마들은 아이의 안전을 위하여 아이의 모험심을 제한한다. 따라서 부모가 과잉보호하면 아이는 역경을 극복하려는 의욕이나 좌절하지 않고 다시 시도할 수 있는 면역력을 키우지 못한다. 따라서 아이는 위험하지 않은 수준에서 자기 나름대로 흙도 먹어보고, 벌레에게 물려도 보고, 넘어져서 다쳐도 봐야 한다.

여섯째, 너무 빨리 해결해주지 말라.
아이에게 신경을 모두 써서 아이에게 닥치는 문제들을 너무 빨리 해결해주면 엔도르핀이 주도가 되는 오피오이드시스템은 안정이 되지만 도파민시스템이 발달하지 못한다. 도파민시스템의 발달에는 자기 효능감이 필요한데, 이 자기효능감은 불편한 것을 열심히 표현하였을 때 부모가 그 불편함을 천천히 해소해주면 형성된다. 아이는 불편한 상태에서 생각할 시간이 있어야 한다. 아이가 운다는 것은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너무 서둘러서 그 울음을 멈추도록 조치하면 충분히 생각할 기회를 잃고 인내력도 자라지 않는다. 24개월 이전에는 아이의 불편을 빨리 해결해주어 부모와의 신뢰감이 만드는 오피오이드시스템이 중요하지만 25개월 이후에는 도파민시스템이 발달하여 자기효능감의 돌파구를 형성하여야 한다.

김영훈(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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